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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것, 먹어도 되나

한 줄 메모포장에 찍힌 날짜가 유통기한인지 소비기한인지에 따라 지난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가 갈리고, 식중독균은 냄새나 색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2026-10-22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두부 날짜가 이틀 지나 있습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찜찜합니다. 그러다 결국 포장을 뜯고 코부터 대 보게 됩니다.

그런데 먼저 볼 것은 날짜가 아니라 날짜 앞에 붙은 두 글자입니다. '유통' 기한인지 '소비' 기한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식품 표시는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으로 바뀌었지만 우유는 아직 적용 전이라, 한 냉장고 안에 두 날짜가 사이좋게 섞여 있기 쉽습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누구를 위한 날짜일까

식약처 정의로 유통기한은 제조일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켰을 때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입니다1. 쉽게 말해 앞의 것은 가게가 팔 수 있는 마지막 날, 뒤의 것은 내가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두 날짜는 같은 실험에서 나옵니다. 제조사가 제품의 품질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한계 기간을 재고, 거기에 1보다 작은 안전계수를 곱합니다. 식약처가 든 예로 한계 기간이 100일이면 유통기한은 0.60.7을 곱해 65일 안팎, 소비기한은 0.80.9를 곱해 85일 안팎이 됩니다2. 같은 실험 결과를 두고 여유를 얼마나 넉넉히 떼어 두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깁니다. 대신 날짜 뒤에 남겨 둔 여유가 그만큼 적습니다. 식약처의 답도 둘을 다르게 말합니다.

  • 소비기한이 지났다면 먹지 않습니다. 식약처는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라고 잘라 답합니다1.
  •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곧바로 위험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식약처도 일정 기간 먹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품목과 보관 환경을 알 수 없어 먹어도 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합니다1.

우유는 따로 봐야 합니다. 냉장 보관하는 우유류는 냉장 환경을 개선한 뒤 2031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가공유와 강화우유만 2023년부터 소비기한을 씁니다1. 그래서 우유 팩에는 지금도 유통기한이 찍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유는 유통기한, 옆 칸의 두부와 요거트는 소비기한일 수 있으니 날짜 앞 글자부터 확인합니다.

두부는 정말 며칠 더 버틸까

식약처는 2022년 12월에 식품 유형별 소비기한 참고값을 내면서 그동안의 유통기한을 나란히 적었습니다. 자취 냉장고 단골만 추렸습니다3.

식품 유형 유통기한 소비기한 참고값
두부 17일 23일
발효유 18일 32일
농후발효유 20일 24일
가공유 16일 24일
빵류 20일 31일
햄 38일 57일
어묵 29일 42일
생면 35일 42일

두부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유통기한 17일짜리였던 두부가 소비기한으로는 23일 정도입니다. 유통기한이 찍힌 두부라면 날짜 뒤에 며칠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고, 소비기한이 찍힌 두부라면 그 여유가 이미 날짜 안에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 표를 내 냉장고에 그대로 대면 곤란합니다. 참고값은 유형마다 몇 개 제품을 실험해 낸 값이고(두부는 4개 품목), 제조사는 이 범위 안에서 자기 제품의 기한을 정합니다. 내 두부가 23일 간다는 보증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날짜에는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켰을 때' 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식약처도 식품을 부적절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소비기한 때문에 변질 위험이 커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2. 거꾸로 말하면 날짜보다 보관이 먼저입니다. 장 본 봉지를 들고 몇 시간 돌아다녔거나 실온에 두었던 제품이라면, 이 표의 날짜는 더 이상 그 제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냄새가 멀쩡하면 먹어도 될까

"냄새 맡아 보고 괜찮으면 먹는다" 는 반만 맞습니다. 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칩니다.

음식을 상하게 하는 균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다릅니다. 시큼한 냄새, 끈적임, 색 변화는 상하게 하는 균이 만듭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중독은 상하게 하는 균과 다른 병원성 균이 일으키며, 보기에도 냄새에도 맛에도 상한 티가 안 나는 음식으로 크게 아플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4. 진짜 범인은 티를 안 내는데, 우리 코는 티 내는 쪽만 맡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냄새는 버릴 이유는 되어도 먹을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날짜가 남았어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버리고, 냄새가 멀쩡해도 소비기한이 지났으면 버립니다.

냉장고도 만능 금고는 아닙니다. FDA는 바로 먹는 냉장 식품도 냉장고에 오래 둘수록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가 자랄 기회가 커진다고 경고합니다4.

"한 번 끓이면 되지 않나" 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든 독소는 100℃에서 30분 정도 가열해도 독성을 잃지 않고,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은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135℃에서 4시간 가열에도 견딥니다5. 국에 넣고 한소끔 끓였다고 지난 날짜가 되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결국 남는 게 문제라면

혼자 살면 문제는 대개 날짜를 몰라서가 아니라 다 못 먹어서 생깁니다. 두부 한 모를 사흘 내리 먹다 보면 날짜보다 입맛이 먼저 지칩니다. 버리는 일을 줄이는 방법은 날짜가 지나기 전에 있습니다.

  • 살 때 날짜를 봅니다. 그 안에 내가 다 먹을 양인지부터 따집니다. 묶음이 싸도 절반을 버리면 한 개 값이 두 배가 됩니다.
  • 장 본 냉장·냉동식품은 곧장 넣습니다. 식약처는 구매 뒤 되도록 빨리 집에 와서 제품별 보관 조건에 맞게 두라고 안내합니다2. FDA는 냉장 보관할 음식을 실온에 2시간 넘게 두지 말라고 합니다4.
  • 뜯은 것은 밀폐용기에 옮겨 빨리 먹습니다. 식약처가 개봉한 제품에 권하는 방법입니다2.
  • 못 먹을 것 같으면 날짜가 지나기 전에 얼립니다. FDA에 따르면 영하 18℃(0°F)에서 얼린 음식은 안전하게 유지되지만, 오래 둘수록 맛과 향, 색, 식감은 떨어집니다4. 냉동실은 지난 음식을 되돌리는 타임머신이 아니라, 지나기 전에 눌러 두는 일시정지 버튼입니다.
  • 남은 음식은 매일 한 번 들여다봅니다. FDA가 남은 음식에 권하는 습관이고, 확실하지 않거나 수상해 보이면 버리라고 덧붙입니다4.

날짜가 짧은 것은 다 먹을 만큼만

두부, 우유, 식빵은 날짜가 짧은 편이라 싸다고 한 번에 여러 개 집으면 남기 쉽습니다. 아래는 지난 7일 사이 값이 내린 두부 · 우유 · 식빵입니다. 글을 열 때마다 다시 고르고, 값은 핫딜오리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때 기준입니다.

출처

  1. 식약처, Q&A로 알아보는 '소비기한 표시제' ①
  2. 식약처, Q&A로 알아보는 '소비기한 표시제' ②
  3. 식약처, 햄·두부 소비기한은 며칠일까?
  4. FDA, Are You Storing Food Safely?
  5. 식품안전나라, 식중독 미생물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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